일반인용 해제
조선시대 사역원에서 18세기 말에 간행한 일본어-한국어의 분류 대역(分類 對譯) 어휘집이다. 2권 2책의 목판본이다. 이 책은 한자 또는 한자어를 표제어로 하여 우리말의 음(音)과 뜻, 일본 한자음을 2행으로 쓰고, 하단에 그에 해당하는 일본어 단어를 한글로 써 놓았다. 이 책에는 <천문(天文)>, <시후(時候)>, <간지(干支)> 등 53개의 의미 영역별로 모두 3,234개의 어휘가 분류, 배열되어 있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과 일본 고마자와(駒澤)대학 도서관 다쿠소쿠문고(濯足文庫)에 각각 한 질씩 남아 있다. (연규동)
전문가용 해제
조선시대 사역원에서 간행된 일본어-한국어의 분류 대역(分類 對譯) 어휘집이다. 한자 또는 한자어를 표제어로 하여 일본어와 한국어가 의미에 따라 분류, 배열되어 있다.
이 책의 편자와 간행 시기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홍순명(洪舜明)이 일본인 아메노모리(雨森芳洲)에게 질정(質正)하여 《유해》 등의 책을 지었다는 《통문관지(通文館志)》(권7 인물)의 기록을 근거로 편자를 홍순명으로 보기도 하며, 그 간행 시기를 홍순명의 활동 시기인 18세기 초엽으로 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러나 권하 끝장에 나열되어 있는 역관 한정수(韓廷脩), 민정운(閔鼎運), 정낙승(丁樂升), 피문회(皮文會) 등의 역과(譯科) 합격 연대를 통해 그 간행 시기를 1783년 이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이 이의봉의 《고금석림(古今釋林)》(1789년) 가운데 들어 있는 <삼학역어(三學譯語)>에 인용된 바 있으므로, 간행 시기는 또한 1789년 이전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통문관지》에 나오는 ‘유해’를 《왜어유해》라고 이해한다면, 《왜어유해》는 홍순명의 저작으로 18세기 초에 만들어 졌으나 그 원본은 현재 전하지 않으며, 현존하는 《왜어유해》는 1783년과 1789년 사이에 한정수 등에 의해 중간개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어유해》는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일본 고마자와(駒澤)대학 도서관 다쿠소쿠문고(濯足文庫)에 각각 한 질씩 남아 있는데, 다쿠소쿠문고본은 가나자와(金澤庄三郞) 교수 구장본(舊藏本)이다. 이 두 질의 《왜어유해》는 동일 판본이지만, 국립중앙도서관본이 선본(善本)으로, 탁족문고본은 국립중앙도서관본보다 후대에 인출된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본에 비해 탁족문고본은 모두 6장이 필사되어 보철되어 있으며 여러 군데 탈획과 탈자가 보인다.
이 책은 앞서 사역원에서 간행한 바 있는 중국어의 《역어유해(譯語類解)》, 만주어의 《동문유해(同文類解)》, 몽고어의 《몽어유해(蒙語類解)》 등과 유사한 성격의 어휘집이다. 《왜어유해》는 일본뿐만 아니라 일찍이 서양에도 알려져, 서양인들이 사전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1835년에 영국인 선교사 메더스트(Medhurst, W. H)는 《왜어유해》를 번역하여, 중ㆍ한ㆍ일어 비교 어휘집 《조선위국자회(朝鮮偉國字彙) Translation of a Comparative Vocabulary of the Chinese, Corean and Japanese Languages》를 편찬하기도 하였고, 프랑스 선교사들은 이를 이용하여 《한불자전(韓佛字典)》 등을 만들기도 했다. 《왜어유해》를 저본으로 한 《화어유해(和語類解)》와 《일어유해(日語類解)》 등도 있으며, 필사본도 여러 질 남아 있다.
현존 《왜어유해》는 2권 2책의 목판본으로, 사주쌍변에 유계 8행이다. 상하 2단으로 나누어 표제어인 1음절의 한자 또는 2음절 이상의 한자어를 제시하고 그 오른쪽에 한글로 국어의 음 또는 음과 뜻, 왼쪽에 일본의 한자음을 표시하였고 그 아래에 권점을 친 다음 해당 일본어를 역시 한글로 전사하고 있다. 수록된 표제어는 <천문(天文)>, <시후(時候)>, <간지(干支)> 등 53개의 부류에 나뉘어 3,234개가 수록되었다. 판심은 백구(白口) 상하내향화문어미( 上下內向花紋魚尾)이며, 상어미(上魚尾) 아래에 판심제(版心題) ‘倭語類解’와 권차(卷次), 하어미(下魚尾) 위에 장차(張次)가 표시되어 있다. 상상비(上象鼻)에는 부류명이 적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본의 반곽 크기는 23.7cm×16.9cm이고 권상은 목록 1장, 본문 56장으로, 하권은 목록 1장, 본문 54장, 구결(口訣) 2장, 좌목(座目) 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좌목에는 수정관 1인, 서사관 3인, 감인관 1인의 이름이 밝혀져 있으며, 일본 고마자와대학 도서관본에는 권하의 구결 2장 바로 다음에 이로하간음(伊呂波間音) 1장이 추가되어 있다.
이 책에 나타나는 국어학적 특징 중에서 몇 가지만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초성의 병서에는 ‘ㄸ, ㅆ, ㅉ, ㄲ’ 등의 각자병서와 ‘ㅺ, ㅽ, ㅾ, ㅼ, ㅄ, ㅳ’등의 합용병서가 사용되었는데, 각자병서 ‘ㅃ’은 보이지 않는다. 종성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의 여덟 자가 사용되었지만, ‘ㅅ’의 용례는 ‘腎 콩?신(上 18)’ 하나뿐이다. 사잇소리는 모두 ‘ㅅ’으로 적혔지만, ‘ㄷ’으로 적힌 예가 ‘將 쟝?쟝(上 26)’ 하나 보인다.
우리말에서는 ‘陷 ?질함(上 8), 潰 허여질 궤(上 10), 溺 ?질 닉(上 10), 拯 건질 증(上 30), 刺 지를?(上 54), 落 질락(下 30), 弊 ?야질폐(下 30)’ 등 구개음화를 보여주는 예들이 많이 보이지만, 한자음에서는 ‘天 하?텬(上 1)’과 같이 아직 구개음화를 겪지 않은 예가 더 많으며 ‘智 지혜지(上 22), 恥 붇그릴 치(上 21), 逐 ??츅(上 29)’와 같이 구개음화를 경험한 예가 일부 보인다. 움라우트가 일어난 예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母 어미모(상 12), 鷗 ?며기구(하20)’ 등 참고.
일본어의 탁음 표기를 위해서는 ‘?, ㅮ, ㅿ, ㅦ; ?, ???, ?, ?, ㆃ, ?, ㄵ, ?, ㅥ’ 등 다양한 문자가 사용되었다.
국립중앙도서관본을 영인한 태학사(1988)의 영인본과 가나자와(金澤庄三郞) 구장본을 영인한 일본 교토대학(1958), 대제각(1986) 등의 영인본이 출판되었다. (연규동)
참조